[커뮤니티 포럼]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한 마을 전체가 필요!
주디 장 / KCC한인동포회관 이사장
16년에 걸쳐 이루어진 2015년 KCC한인동포회관의 건립은 뉴저지 한인들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기념적인 일이다. 한인동포회관의 목표는 ▶한인 이민자들의 미국 사회 정착을 돕고 ▶한인 후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의 리더로 자라날수 있도록 지원하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역 사회에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한인동포회관은 비영리 단체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셜서비스가 커버하지 않는 중산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한인 가정들이 주 회원이나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2만1000스퀘어피트에 달하는 동포회관의 유지와 프로그램 운영비는 회비와 프로그램 수입으로 반을 충당하며 나머지 반은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양한 공공 프로그램 제공
한인동포회관은 어린이 프로그램,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 교양 강좌, 재취업 평생 교육, 한국 문화 예술 프로그램, 도서관, 당뇨 테스트, 아트 갤러리, 여름캠프 등 다양한 문화. 교육.의료.공공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회원들과 지역 사회의 필요에 따라 꾸준히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예산의 반을 개인 후원금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더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프로그램 운영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어떤 커뮤니티센터라도 설립 후 따라오는 일정간의 과도기에는 그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를 마다않는 후원도 절실하다.
간혹 동포회관은 왜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YMCA도 있고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JCC)도 있는데 왜 굳이 한인동포회관이 필요하냐는 날카로운 질문들도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설립자, 후원자, 회원들이 다 다를수 있다. 한인동포회관의 회원으로 시작하여 총무 이사로 3년을 이사회에서 봉사하고 이제 이사장이 된 나의 입장 또한 코리안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것만으로는 한인동포회관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인 커뮤니티 구심점 필요
내가 자란 북미 한인 커뮤니티는 한인 교회를 구심점으로 신앙은 물론 2세에게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물려 주고 미국 정착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와 도움을 받고, 정치 참여에 대한 안내, 한국어 교육 및 문화강좌까지 받으며 성장해 왔다.
이런 구심점 역할을 해온 한인 교회들이 이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로 나뉘는 것을 보게 된다. 2세가 세운 교회들은 성공적일수록 더이상 한인교회가 아니라 다민족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보며 묻게 된다. 더이상 한 교회를 통해 한국어를 듣고 교인으로서의 멤버십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한인들은 앞으로 어디를 구심점으로 모일수 있을까?
유대인들에게 유대교는 그들의 정체성의 바탕이기에 그들은 아무리 오랜 세월을 지나도 회당을 구심점으로 정체성을 지켜낼수 있었지만 한인들에게 기독교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교회가 온전히 신앙의 중심지로 남는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인들이 구심점을 잃는다는 것은 거대한 위기이며 그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인으로서 해외에서 생활을 오래한 이들은 이 정체성의 이슈가 모든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과제인지를 겪어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인동포회관을 응원하고 도움을 보태고자 하는 많은 이들은 한인들의 구심점이 되는 센터의 상징성과 역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1세대가 땀 흘려 이뤄낸 센터
한인동포회관은 가깝게는 한국 문화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고, 요리강좌, 아트, 꽃꽂이 등 유익한 교양 강좌를 할 수 있는 곳이고, 시니어들이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곳이고, 자녀들이 리더십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며, 이것 만으로도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을 잘 해왔으며 훨씬 더 잘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동포회관이 상징하고 지향하는 더 큰 명제는 나와 내 가족에게 주는 당장의 유익함을 떠나 우리의 역사와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이 우리 후손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올바로 전수되어 소수인 한인도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하고,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갈등을 넘어 평화롭게 되고, 그리하며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할때 나와 내 가족도 비로소 진정으로 풍요로와질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나의 행복을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주 실질적인 명제이다.
로스쿨 재학 시절 반 이상의 학생들이 유대인이라 그들이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 (JCC) 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졸업 후 JCC에서 결혼을 하고 가족 행사를 열 때도 나는 그 가치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유대인의 결속력은 그들이 역사를 통해 겪어온 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소수이지만 리더십을 발휘하는 민족으로 만들었다.
서두에서 밝힌 한인동포회관의 세 가지 목표를 훌륭히 성취해 내기까지는 보다 시간과 투자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 1세대가 땀 흘려 이루어낸 한인동포회관이라는 이 훌륭한 센터와 또 이 터전에서 시작된 서비스를 통해 나는 상징적인 위로를 느끼고 본질적인 가능성을 본다. 나중에 올 이들을 위해 사과 나무를 심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인동포회관을 응원한다. 그리고 아직 갖추지 못한 많은 부족함을 아쉬워하기 보다 정상을 바라보며 내딛는 작은 발걸음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